<안나 카레니나>를 읽는다.
1,2,3권의 두꺼운 소설이다.
이 여름 안나 카레니나를 읽기로 한 것은 정말 잘 한 일이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했던 것, 그것은 마치 아껴먹고 싶은 것이었고, 다 먹어버리면
허무할 것 같아 남겨두던 그런 마음이었다.
이 여름, 안나 카레니나를 읽는 여름은 바로 그 날인 것이다.
더는 남겨두지 않고 싶은 마음, 남겨둘 필요가 없을 것 같은 마음
지금이 가장 적당한 때라는 믿음 같은...
읽으면서 지금 읽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내게 이 책이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얼마다 다행인지...
그동안 내가 미루어온 것은 다 이 여름을 예견한 일인 것만 같다.
두꺼워서 시작하기가 저어됐던 것이 지금은 두꺼운 것이 얼마나 위안인지 모른다.
한참을 읽을 수 있어서,
되도록 천천히, 되도록 곱씹으면서 여름을 보낼 것이다.
책을 덮으면 문득, 가을 풀벌레가 울기 시작할 것이다.
문득, 매미 소리 그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