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마음

한파

kiku929 2018. 1. 29. 00:23

 

 

                                                                                    대천 해변도로에서

 

 

 

24일 언니와 대천에 내려가 부모님께 성묘를 했다.

그리고 25일은 친구 수현이와 셋이서 부안 채석강에서 하루를 보내고 왔다.

영하 16도의 한파가 연일 계속되는 날이었다.

내가 가고 싶었던 내소사도 가보지 못하고 콘도 주변 - 그것도 잠깐-만 돌아보다가 저녁 콘도내 온천욕을 즐기다 왔다.

 

돌아오니 베란다의 화분들이 얼어 죽어있었다.

추위에 약한 식물은 이미 들여놓았지만 그동안 베란다에서 월동이 가능했던 화초들은 그대로 두고 갔는데

이번 한파에 얼어버린 것이다.

제라늄 줄기를 만지니 수숫대처럼 쑥쑥 들어간다.

그러잖아도 작년 화분수를 줄여서 휑해진 베란다가 이제는 텅 빈 공간 같다.

내일은 시장에 가서 작은 화초들 몇개를 들일까 생각중이다.

이사를 앞두고 있으면서 화초를 들이는 일은 바보 같지만 빈 화분을 보면 어쩐지 내 마음도 비어버리는 것 같아

보는 것이 힘들다.

 

오늘은 모처럼 공원에 나갔다. 

추워도 공기만 좋으면 되도록 공원에 나가려고 한다.

그리고 모처럼 요가를 했다.

 

하루하루가 금방 지나가더니 이제 벌써 1월 말.

오늘은 자정이 넘었으니 다시 29일.

고아가 된 이 느낌은 왜일까?

 

이해받지 못한 마음, 이해하지 못한 마음, 용서받지 못한 마음, 용서하지 못한 마음들이 가끔 가슴을 찌른다.

아프고 또 아프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요즘은 자꾸만 울게 된다. 

울지 마라, 울지 마라....그러면서 나는 울게 된다.

 

가끔은 뭔가 하려고 하는 것보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편이 좋을 때가 있다.

 

빨리 아침이 왔으면...

그러면 청소를 말끔하게 마치고 시장에 나가 꽃을 사와야지.

지금쯤은 앵초류의 화초들이 많이 나와 있을 것이다.

 

봄에 가장 먼저 나오는 꽃.

 

얼어버린 화분에 앵초꽃으로 피어나게 해줘야지.

사랑한다, 말해주면서...

 

 

 

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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