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갈매못 성지 성당
이방의 사람
박은정
갈대숲의 소음과
낮잠을 자는 연인의 긴 다리
작은 기분을 사랑했지
절반의 나무가 출렁이고
출처를 알 수 없는 냄새가
숲을 물들이면
우리는 동시에 사라질
양극의 망명지를 꿈꾸었을까
난간을 잃은 사람들이
손을 두고 떠나기 시작한다
뱀에게 영혼을 내주고
사랑을 배회하던 자들
차가운 네 뱃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신발을 벗고
발이 많은 새를
손바닥에 그리던 연인들
캄캄해지는 사람, 피가 묽어서
마음이 둘로 쪼개지는 사람들이
이상한 얼굴로 웃는다
이 착시의 끝까지 가면
꿈의 종착점을 보게 될까
밤새 문을 두드렸지만
누구도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시집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문학동네,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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