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영승
사진은
오래된 사진첩 속에서 영정이고
權威를 획득하게 된다
그것이 동영상이라 할지라도
포르노도
그 속에서 카타콤이며
영혼이다
스티커 떼듯 투명 아크릴지를 떼어내면
빛바랜 사진들은 잠깐
대들듯이 반짝인다
네 귀통이를 끼워
붙이는 사진첩은
말라붙어 떨어져 나가기도 하고
고운 눈매의 소년은 비로소
아득한 先知者가 된다
―엽서만 한 자개 액자엔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형제가 있다
동생은 婴兒다
인간은 사진 속에서
비로소 인간이다
그 肖像權은
神에게 있다
한 200년이 흐른 후
본인이 보는 본인의 사진은
神이다
-시집 『화창』(세계사.2008) 중에서
*
사진을 소재로 한 시 중에서 이 시만큼 넓고 깊은 사유의 시가 또 있을까?
저 사진은 서천에 있는 '동백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왼쪽이 나, 어머니, 그리고 언니...
아버지가 뒤에서 찍어준 저 사진을 나는 좋아한다.
모래 위의 발자국도 그렇고
아버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와 함께 걷고 있는 것만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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