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사진 / 김영승

kiku929 2018. 2. 1. 13:40





사진



김영승




사진은 

오래된 사진첩 속에서 영정이고

權威를 획득하게 된다


그것이 동영상이라 할지라도

포르노도


그 속에서 카타콤이며

영혼이다


스티커 떼듯 투명 아크릴지를 떼어내면

빛바랜 사진들은 잠깐

대들듯이 반짝인다


네 귀통이를 끼워

붙이는 사진첩은


말라붙어 떨어져 나가기도 하고


고운 눈매의 소년은 비로소

아득한 先知者가 된다


―엽서만 한 자개 액자엔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형제가 있다


 동생은 婴兒다


인간은 사진 속에서

비로소 인간이다


그 肖像權은

神에게 있다


한 200년이 흐른 후

본인이 보는 본인의 사진은

神이다



-시집 『화창』(세계사.2008) 중에서







사진을 소재로 한 시 중에서 이 시만큼 넓고 깊은 사유의 시가 또 있을까?


저 사진은 서천에 있는 '동백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왼쪽이 나, 어머니, 그리고 언니...

아버지가 뒤에서 찍어준 저 사진을 나는 좋아한다.


모래 위의 발자국도 그렇고

아버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와 함께 걷고 있는 것만 같고...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월의 방 / 권대웅  (0) 2018.02.04
고통에 대하여 / 이승훈  (0) 2018.02.03
흔적 / 나희덕  (0) 2018.01.29
이방의 사람 / 박은정  (0) 2018.01.29
안녕, 나는 이사 간다 / 리산  (0) 2018.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