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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의 사람 / 박은정

kiku929 2018. 1. 29. 06:57



                                                                                       보령  갈매못 성지 성당



이방의 사람



박은정




갈대숲의 소음과

낮잠을 자는 연인의 긴 다리

작은 기분을 사랑했지


절반의 나무가 출렁이고

출처를 알 수 없는 냄새가

숲을 물들이면


우리는 동시에 사라질

양극의 망명지를 꿈꾸었을까


난간을 잃은 사람들이

손을 두고 떠나기 시작한다


뱀에게 영혼을 내주고

사랑을 배회하던 자들


차가운 네 뱃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신발을 벗고

발이 많은 새를

손바닥에 그리던 연인들


캄캄해지는 사람, 피가 묽어서

마음이 둘로 쪼개지는 사람들이

이상한 얼굴로 웃는다


이 착시의 끝까지 가면

꿈의 종착점을 보게 될까


밤새 문을 두드렸지만

누구도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시집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문학동네,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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