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통곡의 강 / 김영승

kiku929 2018. 4. 15. 14:16




통곡의 강




김영승




꽃이 더는 피지 않는 계절이 나에게도 다시 오면

나는 나가리라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

하얀 서리가 반짝이는

강의 상류 그 모난 자갈이 있는 곳

계서 무릎을 끓고

찢어진 무릎에서 핏물이 흘러 그 강 하류를 물들일 때까지

감읍을 지나 통곡하리라

나는 죄인이올시다 나는 죄인이올시다

퇴폐의 이방인이 아닌

찌들은 염세주의자가 아닌 감상주의자가 아닌

나는 구체적이고 명백한 죄인이올시다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을 난도질했고

그래도 좋다고 그래도 헐레벌떡 독주나 푸고

그의 가슴에 한이 될 엄청난 죄를 지었소이다

다시 살게 하소서

당신은 나를 다시 살게 하소서

피흘리게 하소서

당신은 어디 계십니까

반도의 경기도 또 성남시 그 어느 범부의 딸입니까

당신은 어디 계십니까

팔레스타인의 유대땅 그 어느 목수의 아들입니까

당신은 어디 계십니까

앞에 있어 바라보면 홀연 내 뒤에 있네

내 너덜거리는 가슴 속 그 떨리는 곳에 있네

거대한 강으로 흘러 하얀 돛단배 하나 띄우고 있네

당신은 나를 싣고 어디로 그 어디로 흐르십니까.



-시집 『취객의 꿈』(청하, 1988)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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