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쏟아지는 집
김영승
죽은 사람의 옷처럼
구름이 펄럭펄럭 흐른다.
마른 나뭇잎이 옥수수 잎이
흔들리고 어디선가
그 어느 불빛 있는 곳에선가
젖먹이 어린애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개가 짖어대고 나는 이 황량한
구월동의 거친 길을 걸으며
내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여 짖고 있는
그 개를 만나고 싶어진다.
아무래도 사향냄새 같은
달빛을 밟으며
달빛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곳을 바라보면
그 달빛조차 시끄러워
귀를 틀어막아 보면
머나먼 곳
저곳은 어디냐
그리고 이곳은.
음산하게 그려진
여인의 눈썹 위에
보글보글 된장찌개 끓는 소리
그 냄새가 겹쳐지면
햐아 햐아 햐아아아
집으로 가자 집으로 가자
집으로 가서
있자.
가보면
없는 내 집.
-《月刊朝鮮》 (1989년 10월호) 중에서 / 1981년 作 / 『九月洞詩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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