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달빛 쏟아지는 집 / 김영승

kiku929 2018. 4. 15. 14:23



달빛 쏟아지는 집




김영승




죽은 사람의 옷처럼

구름이 펄럭펄럭 흐른다.


마른 나뭇잎이 옥수수 잎이

흔들리고 어디선가

그 어느 불빛 있는 곳에선가

젖먹이 어린애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개가 짖어대고 나는 이 황량한

구월동의 거친 길을 걸으며

내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여 짖고 있는

그 개를 만나고 싶어진다.


아무래도 사향냄새 같은

달빛을 밟으며

달빛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곳을 바라보면

그 달빛조차 시끄러워

귀를 틀어막아 보면


머나먼 곳

저곳은 어디냐

그리고 이곳은.


음산하게 그려진

여인의 눈썹 위에

보글보글 된장찌개 끓는 소리

그 냄새가 겹쳐지면

햐아 햐아 햐아아아

집으로 가자 집으로 가자

집으로 가서

있자.


가보면 

없는 내 집.




-《月刊朝鮮》 (1989년 10월호) 중에서 / 1981년 作 / 『九月洞詩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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