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나희덕
그 물들
그냥 흘러간 게 아니었구나
닳아지는 살 대신
그가 입혀주고 떠나간
푸른 옷 한 벌
내 단단한 얼굴 위로
내리치며 때로 어루만지며 지나간
분노와 사랑의 흔적
물 속에서만 자라나는
물 속에서만 아프지 않은
푸른 옷 한 벌
푸른 옷 한 벌 입혀주고
떠났습니다.
다행입니다.
고운 옷 하나 걸칠 수 있게 되어서,
그 옷으로 아프지 않게 살아갈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을 몰라 묻노니 / 박재삼 (0) | 2010.01.13 |
---|---|
꽃단추 / 손택수 (0) | 2010.01.13 |
어떤 자리 / 정끝별 (0) | 2010.01.13 |
새벽밥 / 김승희 (0) | 2010.01.13 |
겨우내내 움츠렸던 / 조정권 (0) | 2010.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