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끼 / 나희덕

kiku929 2010. 1. 13. 19:46

 

                     

 

 

 

 

   이끼

 

               나희덕

 

 

 

그 물들

그냥 흘러간 게 아니었구나

 

닳아지는 살 대신

그가 입혀주고 떠나간

 

푸른 옷 한 벌

 

내 단단한 얼굴 위로

내리치며 때로 어루만지며 지나간

분노와 사랑의 흔적

 

물 속에서만 자라나는

물 속에서만 아프지 않은

 

푸른 옷 한 벌

 

 

 

 

 

푸른 옷 한 벌 입혀주고

떠났습니다.

 

다행입니다.

고운 옷 하나 걸칠 수 있게 되어서,

그 옷으로 아프지 않게 살아갈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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