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꽃단추 / 손택수

kiku929 2010. 1. 13. 19:47

 

                          

 

 

 

    꽃단추


 

                       손택수

 

 

 

내가 반하는 것들은 대개 단추가 많다
꼭꼭 채운 단추는 풀어보고 싶어지고
과하게 풀어진 단추는 다시
얌전하게 채워주고 싶어진다
참을성이 부족해서
난폭하게 질주하는 지퍼는 질색
감질이나 나면 좀 어떤가
단추를 풀고 채우는 시간을 기다릴 줄 안다는 것
해와 달을 금단추 은단추처럼 달아줄 줄 안다는 것

 

무덤가에 찬바람 든다고, 꽃이 핀다
용케 제 구멍 위로 쑤욱 고개를 내민 민들레
지상과 지하, 틈이 벌어지지 않게
흔들리는 실뿌리 야무지게 채워놓았다


< 창작과 비평 143, 2009년호>

 

 

 

 

 

 

엄마 아빠의 무덤가에도 민들레가 많이 피었으면 좋겠다.

찬바람 들어가지 않게...

 

실뿌리로 야무지게 채워놓고 그위에 꽃이 피고 잎이 나고 꽃이 질 때까지

틈마다 꼭꼭 꽃단추, 잎단추로 여며줬으면 좋겠다.

 

노란 꽃단추 달고 봄 구경 많이 하셨으면 좋겠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잎 / 나태주  (0) 2010.01.13
세상을 몰라 묻노니 / 박재삼  (0) 2010.01.13
이끼 / 나희덕  (0) 2010.01.13
어떤 자리 / 정끝별  (0) 2010.01.13
새벽밥 / 김승희  (0) 2010.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