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심해어 / 진수미

kiku929 2018. 6. 21. 07:27




심해어




진수미




내게는

두 개의 눈이 있고


눈을 반쯤 감은 현실이 있고

스크린이 있고


액자처럼

세계를 껴안은 어둠이 있다.


어둠은 사라지지 않는다.

당신의 이름도 사라지지 않는다.


스크린에는

하염없이 이어지는 빗줄기가 있고

납작 엎드린 고요가 있고


우리는 

왜 이리 슬픈 일이 많은 건가요?


지층처럼 단단해진 어둠

못생긴 입술이 있고


눈을 감으면 

왜 동시에 감기나요?


느릿느릿 어둠을

툭 밀어내는 물음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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