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창문들 / 문성해

kiku929 2018. 6. 18. 15:05




창문들




문성해




큰집에서 제사 마치고 택시로 돌아오는 새벽

검은 산속에 창문들 몇 환하다


눈만 퀭한 것들은 슬프다

밤마다 푸른 아가리로

지붕도 벽도 처마도 다 삼켜버리는 창문의 식성


늙은 당신은 추억을 말하고 있다

환한 창문처럼


달이

테두리가 둥근 창문인 달이 따라오고 있다

몇 천 년을 지붕도 벽도 없이 홀로 사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다


날이 밝자

당신이 꾸물꾸물 옷을 껴입듯 지붕과 벽이 생기고

창문은 천천히 내부로 돌아간다


추억은 다시 당신의 흉중으로 깊숙이 돌아가고

희뿌연한 하늘의 내부로 내부로

달도 희미하게 사라지는 것이었다



-《현대시》(2018년 4월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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