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두 사람 / 박상순

kiku929 2018. 6. 20. 00:41





두 사람




박상순




누군가의 다리가 반짝인다.

은빛 허리가 반짝인다.

숲속에 누군가의 머리 쪽에서 네가 나타난다.

숲속의 은빛 입술을 지나 네가 나온다.


내가 달린다.

너도 달린다


숲의 끝까지 달려갔다가 뒤돌아선다.

숲의 끝에서 너도 멈춘다. 뒤돌아선다.

내가 다시 달린다.

너도 달린다.


네가 나에게 달려오고

나 또한 너에게 달려가지만


너를 지나친다. 달린다.

나를 지나친다. 달린다.


밤새도록 너를 향해 내가 달리고,

밤새도록 나를 향해 네가 달린다.


지나치고 또 지나쳐도 달린다.


우리들의 숲속에서 우리 둘만이

달린다.



- 시집『밤이, 밤이, 밤이』(현대문학,2018) 중에서




끊임없이 생동하는 시의 이미지들 속에는 ' 멀어짐'과 '다가옴'의 속성이 동시에 부유한다.

언제나 찾아들게 되는 시간의 연속성과 이에 대비되는 풍경 속 사라짐의 대상. 그것들이 한데 어울러져

흡사 '사랑'의 형태로 도달할 수 있고, 많은 것들과 관계되어지는 모든 상황을 염두할 수도 있겠다.


-《시인동네》(2018년 5월호) 중에서 수록된 서평「반복, 전복, 회복」(서윤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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