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이 내 속으로
나희덕
쌓고
또 쌓고
쌓는지도 모르고
쌓고
쌓는 것의 허망함을 알면서
쌓고
어디까지 갈 수 있나 오기로
쌓고
이것도 먹고사는 일이라고 말하며
쌓고
부끄럽다 얼굴 붉히면서도
쌓고
때로 공허함이 두려워서
쌓고
지우지 못해 끊지 못해
쌓고
바닥도 끝도 없음을
쌓고
또 쌓고
어느 날
내가 쌓은 모래성이 밀물을 불러왔다
얼마전에 천재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소년은 주위로부터 집중되는 지나친 기대에 부담을 느끼게 되고
어느날 할아버지에게 그런 자기의 고민을 말한다.
할아버지는 소년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자기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버리면 된단다"라고...
그 후 소년은 사고를 가장해 자기의 천재성을 감쪽같이 감추고 평범하게 살아간다.
우리는 살아가며 갖은 이름으로 쌓고 또 쌓는다.
하지만 소중하다고 믿는 그런 것들로 인해 우리는 때로 불행에 빠지기도 한다.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관성 때문이다.
소중한 것을 버리면 우린 삶에 더 가벼워질 수가 있는데...
지금 내가 버려야할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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