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밀물이 내 속으로 / 나희덕

kiku929 2010. 1. 13. 19:51

 

                   

 

 

 

밀물이 내 속으로

 

 

                       나희덕

 

 

쌓고

또 쌓고

쌓는지도 모르고

쌓고

쌓는 것의 허망함을 알면서

쌓고

어디까지 갈 수 있나 오기로

쌓고

이것도 먹고사는 일이라고 말하며

쌓고

부끄럽다 얼굴 붉히면서도

쌓고

때로 공허함이 두려워서

쌓고

지우지 못해 끊지 못해

쌓고

바닥도 끝도 없음을

쌓고

또 쌓고

 

어느 날

내가 쌓은 모래성이 밀물을 불러왔다

 

 

 

 

얼마전에 천재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소년은 주위로부터 집중되는 지나친 기대에 부담을 느끼게 되고

어느날 할아버지에게 그런 자기의 고민을 말한다.

 

할아버지는 소년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자기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버리면 된단다"라고...

그 후 소년은 사고를 가장해 자기의 천재성을 감쪽같이 감추고 평범하게 살아간다.

 

우리는 살아가며 갖은 이름으로 쌓고 또 쌓는다.

하지만 소중하다고 믿는 그런 것들로 인해 우리는 때로 불행에 빠지기도 한다.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관성 때문이다.

 

소중한 것을 버리면 우린 삶에 더 가벼워질 수가 있는데...

                                    지금 내가 버려야할 것은 무엇일까?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나태주   (0) 2010.01.14
슬픔 / 알프레드 드 뮈세  (0) 2010.01.13
이름 부르는 일 / 박남준  (0) 2010.01.13
꽃잎 / 나태주  (0) 2010.01.13
세상을 몰라 묻노니 / 박재삼  (0) 2010.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