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인아. 여기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젠 모르겠다.
여기가 어딘지 모르게 되어버렸어.
대체 여기가 어디지, 왜 여기가 내가 온 거기가 아니지?
장미 십자가中 / 전경린
책을 읽다가 이 구절에서 한참이나 머문다.
지금 네가 있는 곳은 네가 온 거기이니? 라고 나에게 되물어보며...
내가 있는 지금 이곳,
내가 걸어온 길이 맞을까?
하지만 내 발로 걸어온 길임에도 문득 생소하고 낯설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지금 나는 어디에서 흘러온 것일까?
저 먼 과거로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레일이 끈처럼 이어져 있어 주욱 이끌려온 것만 같은 기분.
생은 어떤 보이지 않는 물살에 의해서 떠밀려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어떤 방향을 간다고 정했을지라도 도착한 곳은
처음 생각했던 곳과 늘 달랐듯이...
바라건데
한번쯤은 '여기가 내가 온 거기야' 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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