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시인 / 정일근

kiku929 2010. 1. 15. 17:52

 

                             

 

 

 

    시인

 

                정일근

 

 

시 한 줄 잘 빚어놓고

마침표를 찍을 것인지

마침표를 지워버릴 것인지

오래 고민하는 시간이 있다

시가 문장부호 하나에

무거워할 때가 있다

시가 문장부호 하나에

가벼워질 때가 있다

그걸 아는 이가 시인이다

 

 

 

 

사람 사는 일에도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

쉼표로 쉬어가야 할 때,

물음표로 남겨두어야 할 때,

말줄임표로 마무리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런 문장부호를 적재적소에 쓸 줄 아는 이가

인생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세상 살아가는 일에 서툰 것은 내가 아무리 세월을 먹어도

난 여전히 문장부호 쓰는 일에 서툴 것이기 때문이다.

내 삶을 문장으로 보면 아마 마침표 없이

물음표나 말줄임표로 마침표를 대신하는 삶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난 그런 어수룩한 내가 좋다.

그로인해 상처받는 일이 있어도...

내가 시인이 아니고 인생을 끝내 모른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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