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다리는 일...
얼마전에 삼년짜리 적금을 들었다.
젊은 나이엔 삼년도 너무 멀어서 적금 탈 그 날이 현실적이지 못했는데
지금은 삼년은 금방 올 거라는 걸 안다.
적금 타는 날을 기다리는 일이 쉬워졌다.
달 수를 세지 않고 붓다가 어느날 문득 그 날짜가 되었다는 것을 안다.
나이들수록 기다리는 일은 일상과 같아진다.
# 왜 지난 시간은...
사는일이 너무도 가볍고 헛헛하다.
하지만 물결에 반짝이는 햇살만큼이나, 밤하늘의 별빛만큼이나 너무도 아름답다.
그래서 눈물이 난다. 버리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것들...
사랑도, 그대도, 그리고 지난 시간도...
속절없는 것들은 왜 이리도 아름다운가!
# 바보...
다시 아프다.
난 아프지 않은데 의사가 말하기를 내가 아프단다.
그래서 난 내가 아프다고 생각한다.
난 아직 채 아픔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는데 아플거니까 치료를 해야된단다.
오지 않은 아픔을 위해 난 언제나 지금을 소비하는 것만 같다...
지금처럼 그랬듯이...
# 어디로 간 걸까?
눈이 녹았다.
눈이 녹고 나면 언제나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세익스피어의 말...
"눈이 녹으면 그 흰빛은 어디로 가는가?"
어디로 간 걸까? 정말로...
날 들뜨게 했던 그 순수한 하얀 빛들은...
# 허무주의
허무주의자들은 대체로 마음이 약한 사람이다.- 내 생각-
겁이 많아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미리 허무주의의 갑옷을 입는 것이다.
욕심이 없으면, 기대가 없으면,소유욕이 없으면 삶은 단단해지고 강해지니까...
삶에 가치를 두지 않을수록 마음은 상처받지 않는다.
하지만 그 속을 보면 정말로 사랑해서.... 너무나도 사랑해서인 것을...
그래서 늘 슬프고 상처를 받는다.
# 바람처럼...
바람처럼 통과하듯이 살고 싶다.
머무르지 말고, 마음 내려놓지도 말고 통과하듯이...
통과, 통과, 통과...
그러면 좀 더 자유로워질까?
그러면 아프지 않을까?
# 영원이라 말해도...
누굴 평생 가슴에 묻는다 한들 고작 그 세월이 몇십년이 될까...
숨이 떠나고 난 후를 생각하면 그 세월은 정말로 짧디 짧은 세월인 것을.
굳이 악착같이 버리지 않아도, 애써 잊으려 하지 않아도
삶이 끝나면 스스로가 그렇게 되는 것이거늘...
그 몇 해를 가슴에 품고 사는 일이 무슨 대수라고
영원을 말한다 하여도 고작해야 내가 사는 날까지일 터인데...
2009.1.27. 대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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