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내일 교환학생 선발 면접이 있다고 미용실에 함께 가잔다.
난 피곤해서 집에 있고 싶었는데 마음 한 구석에서 나에게 말한다.
'아이들이 엄마를 필요로 하는 때도 얼마 남지 않았어.
엄마에게 뭔가 해달라고 할 때도 지금이야. 들어줘...'라고.
옷을 갈아입고 가볍게 화장하고 함께 나왔다.
아이는 지금 머리를 말고 있는 중...
난 한쪽에서 인터넷을 항해하는 중...^^
돌아보면 난 아이들에게 훌륭한 엄마이지는 못했지만
내가 갖고 있는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에서는 많은 걸 보여주고
누리도록 해주기 위해 나름대로 애썼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원하는 걸 다 채워줄 순 없었어도,
그래서 미흡한 것이 많았더라도
그것이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는 걸 나중에라도 우리 아이들이 알아줬으면...
엄마가 현실적이지 못한 탓에
아이들에게 좀더 현실적인 가치를 부여하며 이끌어줄 수도 있었지만
난 보이지 않는 가치와 의미를 따랐다.
그래서 아이들이 전공을 선택할 때에도, 재수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할 때에도
다른 부모라면 으례 아이에게 권유할 만한 길을 난 권하지 않았다.
아이가 가고자 하는 길이 현실에서의 보장된 안락과 먼 길이라는 걸 알았음에도
싱그러운 젊음에 벌써부터 타협이란 걸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젊음은 젊음다워야 하고 우리 아이는 우리 아이답게 자라야 한다고...
지금 내가 믿는 것이 있다면 우리 아이들이 사회적인 성공은 못하더라도
마음이 따뜻한 어른으로는 살아갈 거라는 거...
그거 하나로 난 좋은 엄마였다고 위로받고 싶다. 지금은...
창밖으로 보이는 햇살이 천진하게 눈부시기만 한 오후 한 때.
2009.8.25. 미용실 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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