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서랍

미안하다는 말, 고맙다는 말

kiku929 2010. 3. 24. 18:36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영화 '러브 스토리'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이다.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때 그때 난 어린 나이여서 사실 그 뜻을 정확히 몰랐었다.

그냥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그런 인사는 굳이 안해도 된다는 말 정도로만

알았을까?

 

그런데 요즘 이 말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

내 마음이 슬퍼질 때가 있다면 그중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미안해"라고 말할 때이다.

그럼 순간, 내가 뭔가 잘못했구나,이게 아닌데,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원한 것은 미안하다는 말보다는 그냥 잘 할게, 라든가 앞으로 더 잘 해보자,

이런 말이었는데 미안하다는 말을 들으면 내가 뭔가

그 사람의 자존심까지 상처입힌 것만 같은 생각에 오히려 내 마음이 안좋아진다.

 

미안할 일이 많아진다는 것은 어쩌면 틈이 벌어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더없이 미안해지게 되면 그 미안함은 무게가 되어 관계에서 미안을 느끼는 한 쪽은

점점 피하게 되고 결국은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요즘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듣기보다는 고맙다는 말을 듣도록 해야겠다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보다는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미안한 마음은 짐이지만 고마운 마음은 어느쪽이든 짐이 되지 않으므로.

 

누군가에게 뭔가를 베풀 때에도 고마운 마음이 들 정도까지만,

베품이 지나쳐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할 정도까지라면 그건 상대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는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고 했지만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하도록 하는 게 아니야."라고...

 

 

20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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