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단상
들판엔 빈 가지와 마른 풀들이
바람에 너불거리는 겨울 한 낮,
사금파리같은 햇살은 총총 눈부시고
한 해의 열매를 내어주고 남은 여분들은
대지위로 날개접으며 조용히 내려앉는다
새들은 여전히 나무 사이를 오가며 노래하고
푸르른 날들을 기억하는 흙은 성근 뿌리를 채워주겠지
겨울은
남아있는 것들이 만들어내는 자궁속의 고요한 양수
無化되지 않도록 지상에 매어다는 따뜻한 손길들
더없이 느긋하고 충분한 시간이다
겨울이 기나길수록,그래서
봄은 맘껏 화사해지는 것일까
2006.1
겨울이 좋아진다.
그 靜中動을 알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보이지 않는 것의 존재를 느낀다.
겨울은 지나간 초록의 청춘을 보듬어준다.
잊혀져가는 시간,
사라진 시간을 기억하고 위무해주는
치유의 시간을 나는 사랑한다.
그래서 겨울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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