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자리 / 정끝별 어떤 자리 정끝별 어떤 손이 모과를 거두어 갔을까 내가 바라본 것은 모과뿐이었다 잠시 모과 이파리를 본 것도 같고 또 아주 잠시 모과 꽃을 보았던 것도 같은데 모과 이파리가 돋아나는 동안 모과 꽃이 피어나는 동안 그리고 모과 열매가 익어가는 내내 나는 모과만을 보았다 바라보면 볼수록 모과.. !시 2010.01.13
새벽밥 / 김승희 새벽밥 김승희 새벽에 너무 어두워 밥솥을 열어 봅니다 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 으스러져라 껴안고 있습니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랑 무르익고 있습니다 별들이 쌀이 되고 쌀이 밥이 되는 새벽밥 집을 나서는 식구들의 가슴엔 사랑 한 고봉 !시 2010.01.13
겨우내내 움츠렸던 / 조정권 겨우내내 움츠렸던 조정권 겨우내내 움츠렸던 마로니에 나뭇가지에 움이 돋기 시작하더니 툭툭 불거지기 시작하더니 요 얼마 전까지는 물이 서서히 비치기 시작하더니 며칠 사이는 물빛이 뚜렷하게 보이더니 저마다들 몇 밤만 지내면 나온다는 소리까지 들리더니 오늘은 일제히 움을 찢고 새파랗게 .. !시 2010.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