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이 내 속으로 / 나희덕 밀물이 내 속으로 나희덕 쌓고 또 쌓고 쌓는지도 모르고 쌓고 쌓는 것의 허망함을 알면서 쌓고 어디까지 갈 수 있나 오기로 쌓고 이것도 먹고사는 일이라고 말하며 쌓고 부끄럽다 얼굴 붉히면서도 쌓고 때로 공허함이 두려워서 쌓고 지우지 못해 끊지 못해 쌓고 바닥도 끝도 없음을 쌓고 또 쌓고 어느 .. !시 2010.01.13
이름 부르는 일 / 박남준 이름 부르는 일 박남준 그 사람 얼굴을 떠올리네 초저녁 분꽃 향내가 문을 열고 밀려오네 그 사람 이름을 불러보네 문밖은 이내 적막강산 가만히 불러보는 이름만으로도 이렇게 가슴이 뜨겁고 아플 수가 있다니 해질녘이면 떠오르는 한 사람, 그 사람의 이름을 허공에 대고 가만히 불러봅니다. 창밖의.. !시 2010.01.13
꽃잎 / 나태주 꽃잎 나 태 주 활짝 핀 꽃나무 아래서 우리는 만나서 웃었다 눈이 꽃잎이었고 이마가 꽃잎이었고 입술이 꽃잎이었다 우리는 술을 마셨다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사진을 찍고 그날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돌아와 사진을 빼보니 꽃잎만 찍혀 있었다. 만나는 동안은 두 사람 모두 그 안에서 함께였건만.. !시 2010.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