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을 때... 김훈 에세이 바다의 기별 中 내가 모든 시를 다 들여다본다 하더라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시행은 겨우 몇 줄이다. 시를 읽을 때, 내 마음은 시행을 이루는 언어와 그 언어 너머의 실체 사이에서 표류한다. 나는 언어를 버리고 시적 실체 쪽으로 건너가려 하지만, 언어는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 언어는 버림받는 애인처럼, 징징거.. !글 2010.01.12
보행은... 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photo by, golden fish 보행은 마음을 달래 줬다. 걷는 것에는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어떤 힘이 있었다. 규칙적으로 발을 하나씩 떼어놓고, 그와 동시에 팔을 리듬에 맞춰 휘젓고, 숨이 약간 가빠 오고, 맥박도 조금 긴강하고, 방향을 결정할 때와 중심을 잡는 데 필요한 눈과 귀를 사용하고, 살갗에 스치.. !글 2010.01.12
주유소 / 윤성택 Ceslovas Cesnakevicius Photography 주유소 윤성택 단풍나무 그늘이 소인처럼 찍힌 주유소가 있다 기다림의 끝, 새끼손가락 걸 듯 주유기가 투입구에 걸린다 행간에 서서히 차오르는 숫자들 어느 먼 곳까지 나를 약속해줄까 주유원이 건네준 볼펜과 계산서를 받으며 연애편지를 떠올리는 것은 서명이 아름다웠.. !시 2010.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