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경 / 도종환 < Photo by 황금물고기> 산경 도종환 하루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 버렸다 네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 !시 2010.01.12
여기에 우리 머물며 / 이기철 여기에 우리 머물며 이기철 풀꽃만큼 제 하루를 사랑하는 것은 없다 얼만큼 그리움에 목말랐으면 한 번 부를 때마다 한 송이 꽃이 필까 한 송이 꽃이 피어 들판의 주인이 될까 어디에 닿아도 푸른 물이 드는 나무의 생애처럼 아무리 쌓아 올려도 무겁지 않은 불덩이인 사랑 안 보이는 나라에도 사람이 .. !시 2010.01.12
어떤 채용 통보 / 반칠환 어떤 채용 통보 반칠환 아무도 거들떠보도 않는 저를 채용하신다니 삽자루는커녕 수저 들 힘도 없는 저를, 셈도 흐리고, 자식도 몰라보는 저를, 빚쟁이인 저를 받아주신다니 출근복도 교통비도, 이발도 말고 면도도 말고 입던 옷 그대로 오시라니 삶이 곧 전과(前過)이므로 이력서 대신 검버섯 같은 별.. !시 2010.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