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침 / 안도현 겨울 아침 안도현 눈 위에 콕콕 찍어 놓은 새 발자국 비틀거리지 않고 걸어간 새 발자국 한 글자도 자기 이름을 남겨두지 않은 새 발자국 없어졌다, 한 순간에 새는 간명하게 자신을 정리했다 내가 질질 끌고온 발자국을 보았다 엉킨 검은 호스 같았다 날아 오르지 못하고, 나는 두리번 거렸다 시집 - .. !시 2010.01.11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 윤성택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윤성택 계단을 오르다가 발을 헛디뎠습니다 들고 있던 화분이 떨어지고 어둡고 침침한 곳에 있었던 뿌리가 흙 밖으로 드러났습니다 내가 그렇게 기억을 엎지르는 동안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내 안 실뿌리처럼 추억이 돋아났습니다 다시 흙을 모아 채워 넣고 앞으로는 .. !시 2010.01.11
죽고 난 뒤의 팬티 / 오규원 죽고 난 뒤의 팬티 오규원 가벼운 교통사고를 세 번 겪고 난 뒤 나는 겁쟁이가 되었습니다. 시속 80킬로만 가까워져도 앞좌석의 등받이를 움켜쥐고 언제 팬티를 갈아 입었는지 어떤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재빨리 눈동자를 굴립니다. 산 자(者)도 아닌 죽은 자(者)의 죽고 난 뒤의 부끄러움, 죽고 난 뒤에 .. !시 2010.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