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 윤동주 병원 윤동주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젊은 여자가 흰 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 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 !시 2018.02.19
사랑이 나가다 / 이문재 사랑이 나가다 - 손 이야기 이문재 손가락이 떨리고 있다 손을 잡았다 놓친 손 빈손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랑이 나간 것이다 조금 전까지는 어제였는데 내일로 넘어가버렸다 사랑을 놓친 손은 갑자기 잡을 것이 없어졌다 하나의 손잡이가 사라지자 방 안의 모든 손잡이들이 아득해.. !시 2018.02.09
발화 / 신동혁 발화 신동혁 식탁보에 꽃이 수놓아져 있다 바람이 불면 나는 가시넝쿨을 뒤집어쓴다 창밖이 보이지 않아 벽을 기어오를 때 빈 접시들을 떨어뜨리고 나의 두 팔을 길게 떨어뜨릴 때 식탁보는 돌아오는 것이다 이미 불타버린 채 내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다 지내는 동안 어디선가 무섭게 꽃.. !시 2018.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