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별
권애숙
참 오래 걸려
여자의 코트가 당도했다
있는 줄도 몰랐던 코트가
돌아오는 동안 여자의 집엔
진눈깨비가 추적거렸고
앵두꽃이 터졌고
태풍 '우쿵'이 쿵쿵거리다 갔다
-너무 오래 찾아가지 않아서……
세탁소 남자는 여자의 부재를 물었고
부재를 메우듯 허둥거리던 나는
천천히 천 원짜리 일곱 장을 세어 주었다
단풍이 막 들기 시작할 무렵
느닷없이 돌아온 벨벳 꽃무늬 코트,
여자가 보내 온 뜻밖의 기별이었다
그 곳은 늘 꽃 피고 따뜻하다고
떠난 사람의 옷가지를 어느날 문득 보았을 때
그사람의 부재는 더욱 선명해진다.
벨벳 꽃무늬 코트...
그건 이미 나와 먼 세상에 닿은 여자의 안부였다.
'이곳은 늘 꽃피고 따뜻하답니다'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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