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기별 / 권애숙

kiku929 2010. 1. 9. 09:18

 

 

 

                          

 

         기별

 

                        권애숙

 

 

참 오래 걸려
여자의 코트가 당도했다

 

있는 줄도 몰랐던 코트가
돌아오는 동안 여자의 집엔
진눈깨비가 추적거렸고
앵두꽃이 터졌고
태풍 '우쿵'이 쿵쿵거리다 갔다

 

-너무 오래 찾아가지 않아서……

 

세탁소 남자는 여자의 부재를 물었고
부재를 메우듯 허둥거리던 나는
천천히 천 원짜리 일곱 장을 세어 주었다

 

단풍이 막 들기 시작할 무렵
느닷없이 돌아온 벨벳 꽃무늬 코트,
여자가 보내 온 뜻밖의 기별이었다

 

그 곳은 늘 꽃 피고 따뜻하다고

 

 

 

 

떠난 사람의 옷가지를 어느날 문득 보았을 때

그사람의 부재는 더욱 선명해진다.

 

벨벳 꽃무늬 코트...

그건 이미 나와 먼 세상에 닿은 여자의 안부였다.

 

'이곳은 늘 꽃피고 따뜻하답니다'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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