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
당신이라는 햇빛. 대낮에 울고 있는 사내. 봄볕이 서러워서 울다가 울다가 나는 또 어디로 정처 없이
내 박명(薄明)의 그리움을 끌고 가는 것인지. 문득 돌아보면 꽃잎, 꽃잎...... 그날도 이렇게 꽃잎의
여린 살결 위로 바람이 제 몸을 뭉개로 있었는지. 그러나 돌아보면, 당신이라는 햇빛. 나는 이 햇빛
속에서 당산을 만나던 봄밤, 그 새벽을 통째로 내 눈 속에서 끌고 들어와, 아, 실명할 것 같은
고단한 봄날의 기억들. 살아 있으라 살아 있으라, 부서지며 흩어지며 내 몸을 마구마구 두들기는
저, 저, 햇빛 좀 봐, 당신아.
- 박진성 산문집 <착란>중에서 p140
*
에세이인데도 산문시와 다름없다.
시인들의 필력은 시 이외의 장르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것 같다.(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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