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늦봄에 내리는 눈 / 신미나

kiku929 2017. 2. 1. 22:22



늦봄에 내리는 눈



신미나




거울에 손바닥을 대면

짧은 김이 서린다

손바닥을 떼면 혼처럼 사라진다


젓가락을 세로로 꽂으면

불행이 찾아온다고 했다

그것은 향을 꽂는 모습과 비슷하다


전보다 거울이 어두워졌다

눈 밑의 점이 진해 보인다


당신이 말하길

귀신들은 향냄새를 좋아한다고 했다


쌀그릇에 소리없이 재가 떨어진다

데운 술을 한모금 마신다


바람이 없어서

연기가 곧다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 / 신미나





*

때로 시의 제목 때문에 시가 되기도 한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의 죄는 야옹 / 길상호  (0) 2017.02.14
겨울강 / 박남철  (0) 2017.02.03
기념일 / 이장욱  (0) 2017.01.20
아무 일 없이 / 조정인  (0) 2017.01.17
목판화 / 진창윤  (0) 2017.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