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선생님의 말씀 중에서

kiku929 2018. 1. 14. 12:47



누군가를 산 같은 존재로 여겨 그 누군가가 늘 그 자리에서 자신을 지켜봐주고 기다려주는 그러한 존재이기를 바란다면, 자기 자신도 누군가의 산과 같은 존재가 되기를 간구해야 합니다. 누군가를 지켜봐주고 기다려주되, 끝까지 지켜봐주고 기다려줄 때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하지요. <학교종이 땡땡땡> 가사처럼 우리가 선생님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시는 것이니까요. 진정한 선생님이 끝까지 기다리시는 선생님이라면 시는 그 기다림 속에 있을 것입니다. 저는 끝까지 지켜봐주고 기다리는 그러한 선생이기를 앙망합니다

 

 

"선생은 언제나 그 선생을 간직한 제자의 가슴에만 있다" 지난 30년 이상 제가 무수히 쓴 글이며 그 말입니다. 고교 1학년 때 "Übung macht den Meister!"(연습이 대가를 만든다) 독일어 그 첫 시간에 그렇게 독일어로 판서해주신 저의 은사 소설가 정서웅(鄭瑞雄) 선생님처럼 말입니다. `제자`라는 호칭 역시 그러할 것입니다. 단비(斷臂)의 치성(致誠)을 보인 혜가(彗可)나 소위 정문입설(程門立雪)의 두 제자가 그 경우입니다. 성경에 기록된바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처럼 절망 중에도 제자는 제자 스스로 희망을 찾고 그리고 그 희망이 됩니다. 선생은 자기 자신이 제자가 된 연후에 비로소 존재하는 허상이며 실체입니다







*

윗글은 선생님께서 달아주신 코멘트다.

선생님은 강의 시작 전에 수강생 누군가 좀 늦겠다는 연락이 오면 그가 오기 전까지 강의를 진행하지 않고 철학이나 고전강독 같은 강의를 하신다. 그리고 그가 도착하면 본격적으로 강의를 시작하신다. 선생님은 '기다리는 자', 라면서...


그러한 나의 스승이신 김영승 선생님께서 지금 편찮으시다.

문화원 강의를 전 주에 휴강하였고 이번 주에도 휴강 공고가 내려진 상태이다.

병명은 A형 독감이라고 하는데 같은 날 응급실에 가서 입원하고 있는 지인(같은 수강생)은 열흘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입원중이다. 전신이 아프고 머리가 아프고 위가 아파서 약을 먹지 못해 혈관주사로만 치료중이라고 한다.

처음은 고열과 기침이 엄청났다면서 자기도 이렇게 아픈데 선생님은 오죽하겠냐면서 걱정을 많이 한다.


처음 선생님을 강의실에서 뵈었을 때 순간 마음으로 정했다. '지금부터 나의 선생님은 김영승 선생님이다' 라고.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그때의 마음은 그대로이다. 

내 인생에서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은 분명 행운이다. 

문화원 강의를 하시기 때문에 등록만 하면 만나뵐 수 있는 분이기도 하지만 사실 좀처럼 그런 분을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존경할 수 있는 대상을 지척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일생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므로.


선생님께서 하루 속히 건강해지시기를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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