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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中 /장영희

kiku929 2010. 1. 13. 17:26

 

                     

 


 

" 빨리 입원하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이상하게 나는 놀라지 않았다.
꿈에도 예기치 않았던 일인데도 마치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듯,
그냥 풀썩 주저앉았을 뿐이다.
뒤돌아보면 내 인생에 이렇게 넘어지기를 수십 번, 남보다 조금 더 무거운 짐을
지고 가기에 좀더 자주 넘어졌고, 그래서 어쩌면 넘어지기 전에 이미
넘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넘어뜨린다고 나는 믿는다.
넘어질 때마다 나는 번번히 죽을 힘을 다해 다시 일어났고,
넘어지는 순간에도 다시 일어설 힘을 모으고 살았다.
그리고 그렇게 많이 넘어져 봤기에 내가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나는 확신한다.

 

 
입원한 지 3주째.
병실에서 보는 가을 햇살은 더욱 맑고 화사하다.
'생명'을 생각하면 끝없이 마음이 선해지는 것을 느낀다.
행복, 성공, 사랑-삶에서 최고의 가치를 갖고 있는 이 단어들은
모두 생명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한낱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벅차다.
그러고 보니 내 병은 더욱더 선한 사람으로 태어나라는 경고인지도 모른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 中/ 장영희

 

 

 

생명, 그것은 존재이다.

이 세상 존재를 뛰어넘는 가치는 아무데도 없다.

존재없이는 사랑도 행복도 자아도 없는 것이니까...

 

병원에 있으면 산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명료해진다.

입으로 먹기 위해서,오로지 걷기 위해서 몇 달을 힘겹게 싸우는 모습들을 보면

삶에 한없이 겸손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은 선하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같다.

 

그러니 한 줌의 햇살에도, 한 줄기 바람에도 어찌 마음 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

돌아보면 내게 불필요한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아픔과 고통의 시간마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