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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름의 실감 / 유홍준

kiku929 2010. 1. 14. 20:40

 

              

 

 

 

   한 아름의 실감

 

                       

                       유홍준

 

 

빨래를 널고 있는 아내의 등 뒤로

살금살금 다가가

안고 싶다, 안아보고 싶다

실감, 한 아름의 실감이여

(허공은 백번 안아보아도 허공!)

가늘고 날씬한 여자는 싫다

아름에 꽉 차는 오동포동한 여자가 좋다

마흔 셋, 드디어 나도 실감을 느끼는 나이 실감을

좋아하는 나이가 되었다 (너무 조숙한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한 아름, 한 아름의

실감이여

흐믓하다 안아줄수록 실감이

지금 나와 함께 살고 있다

아름답다 실감이 입었던 옷을

하얗게 빨아 너는 아내여

 

 

 

 

 

사라진 것들의 빈 자리가 슬픈 건 더이상 그 존재를 실감할 수 없기 때문일 터,

그러니 형체가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손끝으로 만질 수 있고, 눈으로 볼 수 있고, 안을 수도 있고, 업힐 수도 있으니...

 

이제는 실감 속에 살고프다.

(나도 이제 그런 나이?)

실감나는 행복을 갖고 싶다.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만져지는 생생한 느낌으로 충만해지고 싶다.

 

형체를 가진 동안은 서로가 서로에게 한 아름 가득한 실감이 되어준다면

참 흐믓하겠다...

 

 

(살이 찐, 넉넉한 아내를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 참 아름답다. 실감이란 비유,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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