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이정자
꽃이 막, 꽃봉오리를 여는 한순간
나무가 주렁주렁 열매를 완성하는 한순간
무던히도 그리던 너와 내가 눈맞춤하는 한순간
전심전력 우주의 기운을 끌어당겨 불을 붙이는
집중의 한순간이
어느 생애도 있어
꽃이면 꽃 나무면 나무
사람이면 사람의 한생애가 아름다운 것이다
그 절정의 순간에 피워내는 황홀이
한생애를 지탱해나가는 힘이 되는 것이다
떨어지는 꽃의 생生조차도
밀알로 썩어 다시 꽃 피우게 하는
거듭나게 하는
시집 <아름다운 것은 길을 낸다> 2008
괴테의 말이 생각난다.
일생 동안 행복했던 시간은 겨우 17시간이었다는...
그럼 그 남은 시간은 불행했다는 말일까?
아마 나머지의 시간은 행복했던 기억으로 버티며 살아가는 시간들이지 않았을까?
아름다움은 찰나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순간이 강렬할수록
영원으로 각인 되어버린다.
한순간의 섬전이 가슴에 꽂혀버리듯이...
사랑이 가고 꽃이 져도 우리에게 다시 사랑이 찾아오고 꽃이 피는
그 불가사의한 순환이 생이 있는 한 멈추지 않는 이유이다.
# 덧붙이어...
오늘 이정자 시인에게서 시집을 소포로 받았다.
요즘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는데 덕분에 오늘 하루는 많이 행복했다.
'배경이 되다' '등 뒤의 매미들' '수련의 낙화법' '얼레지의 봄날은 간다'등
주옥같은 시가 많이 있었지만 시는 음미하는 것이기에 조금씩 두고두고 읽고자 한다.
오늘 올린 이 시는 시집의 맨 첫장에 있는 것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고이 올려보았다.
나의 덧대어진 글이 누가 되지는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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