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름의 실감
유홍준
빨래를 널고 있는 아내의 등 뒤로
살금살금 다가가
안고 싶다, 안아보고 싶다
실감, 한 아름의 실감이여
(허공은 백번 안아보아도 허공!)
가늘고 날씬한 여자는 싫다
아름에 꽉 차는 오동포동한 여자가 좋다
마흔 셋, 드디어 나도 실감을 느끼는 나이 실감을
좋아하는 나이가 되었다 (너무 조숙한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한 아름, 한 아름의
실감이여
흐믓하다 안아줄수록 실감이
지금 나와 함께 살고 있다
아름답다 실감이 입었던 옷을
하얗게 빨아 너는 아내여
사라진 것들의 빈 자리가 슬픈 건 더이상 그 존재를 실감할 수 없기 때문일 터,
그러니 형체가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손끝으로 만질 수 있고, 눈으로 볼 수 있고, 안을 수도 있고, 업힐 수도 있으니...
이제는 실감 속에 살고프다.
(나도 이제 그런 나이?)
실감나는 행복을 갖고 싶다.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만져지는 생생한 느낌으로 충만해지고 싶다.
형체를 가진 동안은 서로가 서로에게 한 아름 가득한 실감이 되어준다면
참 흐믓하겠다...
(살이 찐, 넉넉한 아내를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 참 아름답다. 실감이란 비유,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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