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사랑 / 나희덕

kiku929 2010. 1. 16. 12:36

 

 

 

 

사랑

 

                      나희덕

 

 

피 흘리지 않았는데

뒤돌아보니

하얀 눈 위로

상처 입은 짐승의

발자국이

나를 따라온다

 

저 발자국

내 속으로

절뚝거리며 들어와

한 마리 짐승을 키우리

 

눈 녹으면

그제야

몸 눕힐 양지를

찾아 떠나리

 

 

 *나희덕 시집 / 그곳이 멀지 않다, 문학동네

 

 

 

 

 

계절은 돌고 돌아

지금은 여름

 

눈은 벌써 녹았으니

내 안에 키우던 짐승도

이미 길 떠났으리

 

이제야 겨우 문 열어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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