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형전(手形轉) 김경주 벽으로 손이 가고 있다 손에서 새가 흘러나온다 손은 어둠 속에서 고도를 갖는다 손에서 우리가 눈을 뜨면 우리는 새벽에 한 쌍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나는 비밀이 많은 깃털 자신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벽 속의 새처럼 새 속에서 나는 파득거린다 오늘는 내 손가락 끝에 앉아 있는 새를 너라고 부른다 시는 내 손가락 끝의 해발에 앉아 있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다른 쌍을 찾는 새처럼 어둠 속에서 해발을 못 느끼는 한 쌍의 손 한 손은 새가 되어 네 얼굴을 덮고 싶다 나를 만졌던 네 손을 숨기고 싶다 너는 어떤 인간인가 눈을 감고 내가 내려앉는 들에서 ― 김경주 시집 『고래와 수증기』 (문학과지성사, 2014)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