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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형전(手形轉) / 김경주

수형전(手形轉) 김경주 벽으로 손이 가고 있다 손에서 새가 흘러나온다 손은 어둠 속에서 고도를 갖는다 손에서 우리가 눈을 뜨면 우리는 새벽에 한 쌍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나는 비밀이 많은 깃털 자신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벽 속의 새처럼 새 속에서 나는 파득거린다 오늘는 내 손가락 끝에 앉아 있는 새를 너라고 부른다 시는 내 손가락 끝의 해발에 앉아 있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다른 쌍을 찾는 새처럼 어둠 속에서 해발을 못 느끼는 한 쌍의 손 한 손은 새가 되어 네 얼굴을 덮고 싶다 나를 만졌던 네 손을 숨기고 싶다 너는 어떤 인간인가 눈을 감고 내가 내려앉는 들에서 ― 김경주 시집 『고래와 수증기』 (문학과지성사, 2014) 중에서

!시 2022.01.24

2121년 마지막 달의 첫날

어찌어찌 또 한해가 저물어간다. 세월이 빠르다는 것이 이 정도일 줄이야. 우리 가게 앞 도로의 길이가 400미터 정도 되는데 카페가 네 군데다. 올해 두 군데가 생긴 것이다. 백미터에 하나씩이라니. 더구나 상권이라고 하기도 뭐한, 그저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정도의 역할 정도가 전부인 이곳에 나눠먹을 것도 없음에도 자꾸만 생긴다. 처음 가게를 시작할 때 큰딸이 해준 말이 있다. 영원한 단골은 없다고... 그 말을 늘 염두에 둔다. 그래서 단골이 오다 안 온다고 해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그리고 한동안 오지 않다가 다시 온다고 해도 역시 신경쓰지 않는다. 나는 오늘 찾아준 손님이 중요할 뿐이니까. 그러나 찐단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몇몇있다. 뭐랄까, 의리로 오는 손님들이다. 그렇다고 또 특별하게 내색..

단상 2021.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