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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는 본인이 산타 할아버지가 되는 거야

인생 말이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어찌보면 간단해. 산타클로스를 믿다가, 믿지 않다가, 결국에는 본인이 산타 할아버지가 되는 거야. 그게 인생이야. - 이기주 《언어의 온도》 p101 중에서 * 산타클로스는 무엇으로 상징할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 같은 것?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있다고 믿는 시절은 어찌보면 알지 못하는 데서 오는 희망이고 기대였을 것이다. 그러나 좀더 어른이 되고 세상을 알게 되면서 산타클로스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더 나이가 들면 산타클로스가 있든 없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없다고 믿는 것보다 있다고 믿는 것이 나으니까 있는 쪽으로 믿어본다. 그러다가 산타는 결국 자신에게 자신이 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조금 더 나이가 들면 깨닫게 된다. 그때 비..

!글 2022.02.13

출렁이는 창문 / 송종규

출렁이는 창문 송종규 젖은 창이 이루는 화폭 속으로 밤 열차가 지나간다 나는 종종 열차의 구석진 자리, 습하고 어두운 뒤 칸에 앉아있다 가지런히 손을 모아 보지만 호락호락하지 않는 세목들이, 절절하지도 않은 사건들이 유령처럼 창밖에 떠다닌다 한동안, 어떻게 세계가 확대되는지 하나의 이미지에 집중함으로 사물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몰두한 적이 있다 사무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은 잠들지 못한다는 사실과 죽을 만치 절실하다면 어떤 연애도 신파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어떤 결말에서 비롯된 것이다 밤 열차의 뒤 칸은 침묵으로 가득하고 비리고 쓰고 불운한 문장으로 채워져 있다 간이역도 보이지 않는 이곳에 드문드문 몇 사람이 턱을 괴고 앉아있다 이 행보는 무례하지만 지극한 것, 열차는 환상과 기억의 조..

!시 2022.02.04

시 / 나태주

시 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시, 마당을 쓸었습니다』 (푸른길, 2016) * 이 시가 발표된 지는 20년도 더 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이 시는 제게 이 세상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할지를 가르쳐주었지요. 너의 행위 하나, 네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가, 그것은 적어도 n분의 1만큼 영향을 주는 일이라는 것을요. 어제처럼 오늘 아침도 가게 앞을 쓸었습니다. 그만큼 오늘의 지구도 깨끗해졌겠지요.

!시 2022.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