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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인의 말 / 최정례

한 나무에게 가는 길은 다른 나무에게도 이르게 하니? 마침내 모든 아름다운 나무에 닿게도 하니? 한 나무의 아름다움은 다른 나무의 아름다움과 너무 비슷해 처음도 없고 끝도 없고 의문문으로 시작했던 이 시, 이제는 평서문으로 고쳐 읽 어본다. 한 나무에게 가는 길은 다른 나무에게도 이르게 한 다. 마침내 모든 아름다운 나무에 닿게도 한다. 한 사람을 향 한 열렬함이 마침내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 게 할 것인지의 의문으로 시작했던 이 시, 그러나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가 서 있던 자리와 내 모습을 그려 보여줬던 시, 시 안 에서 시로 인하여 기르게 된 힘으로 다른 삶을 살기로 꿈꾸 었던 시간, 세번째 시집 『붉은 밭』의 시간, 그때의 시들을 다 시 돌아보니 끈기가 시의 힘을 키워준 게..

!글 2020.10.26

매미가 울기 시작하는 아침

창밖이 환해지면서 매미가 운다. 선풍기가 돌아가고 나는 형광등 불빛 아래 밤새도록 앉아 아침을 맞는다 올해는 비가 자주 내렸지만 소나기 처럼 짧게 내리다 그치곤 했다. 작년이 더운 여름이었다면 올해는 습한 여름으로 얼마동안은 기억될 것이다. (요즘은 너무 잘 잊어서 나의 기억들을 자신할 수가 없다.)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으면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 자리가 꿈결처럼 느껴진다. 흘러흘러 나는 이곳에 있고 또 시간을 따라 흘러흘러 흘러가리라.

바람마음 2019.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