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의 낮잠 / 김중일 봄밤의 낮잠 김중일 내 낮잠 속에 손을 넣어 헤집으면 솜사탕 같기도 하고, 피 스민 붕대 같기도 한 가늘고 긴 연기가 얽혀 나오겠지. 손이 부채처럼 부풀어오르겠지. 그것은 밥 짓는 연기일까, 화장장 연기일까. 낮잠이 마중 나온다, 봄밤으로. 나는 마중 나온 낮잠의 가는 손을 설핏 잡는.. !시 2018.10.18
<물방울의 밑그림>, < 가슴의 환한 고동 외에는> 작품 비교 / 박형준 물방울의 밑그림 박형준 잃어버린 바다의 주소록이 한 방울 물방울로 맺혀 있습니다. 가슴의 환한 고동 외에는 들려줄 게 없는 식물의 노래, 식물의 별입니다. 물의 씨앗들이 잠든 물방울은 길 끝에서 만난 저녁의 무늬입니다. 솟구치는 자세로, 막 저녁의 깁고 기운 빛을 입고 날아가는 .. !시 2018.09.29
떠나는 꽃 / 김중일 떠나는 꽃 김중일 꽃이 핀다 꽃이 피는 건 꽃이 떠나고 있는 것 꽃이 피는 가지 속 좁디좁은 방에서 한 식구가 촛불 같은 작은 상 하나에 모여 서로 꽃잎을 수저처럼 부딪치고 섞으며 일생을 살다가 죽을 때가 되어 한송이 주름진 꽃이 되어 떠나는 것 가지 밖으로 꽃이 피는 건 꽃이 제 식.. !시 2018.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