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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와 대나무와 매화를 세한삼우(歲寒三友)

소나무와 대나무와 매화를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한다. 겨울의 때의 세 벗이라는 뜻이다. 잘 알려진 대로 추사 김정희는 제주도에 유배를 당하여 지낼 때에 자신에게 서적들을 구해다 보내준 제자 이상적을 위해 세한도歲寒圖를 그렸다. 그림에는 초라한 집 한 채와 고목 古木 몇 그루가 전부다. 나무가 선 곳에 풀이 다 시들어 있어 겨울의 때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 그림의 한쪽에 추사 김정희는 《논어 論語》의 편의 구절인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 歲寒然後知松柏知後凋'를 썼다. 날이 차서 모든 것이 다 시든 때에 이르러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의미다. 제자인 이상적의 절조를 소나무와 잣나무에 견주어 칭찬한 것이다. -문태준 산문집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마음..

!글 2022.12.26

겨울의 끝 / 루이즈 글릭

겨울의 끝 END OF WINTER 루이즈 글릭 정은귀 옮김 고요한 세상 위, 새 한 마리 운다, 검은 나뭇가지들 사이로 홀로 깨어나. 너는 태어나고 싶어 했어; 나 너를 태어나게 해 주었지. 지금껏 내 비통함이 언제 너의 즐거움을 막은 적이 있었는지? 감각을 갈망하여 어둠과 빛 속으로 동시에 곤두박질치면서, 마치 네가 너 스스로를 표현하길 원하는 새로운 어떤 것인 듯, 모든 빛, 모든 생기 이것이 네게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하리란 걸 절대로 생각하지 못하고, 내 음성의 소리가 너의 일부분이 아닌 어떤 것임을 절대로 상상하지 못하고― 다른 세계에서 너는 그걸 듣지 못할 거야, 다시는 또렷하게 듣지 못할 거야, 새 울음이나 사람의 외침으로는, 또렷한 소리로는 듣지 못하고, 다만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메아리로..

!시 2022.12.26

'流'

水流花開 물이 흐르고 꽃이 핀다. 이 문장을 가만히 생각하면 '꽃은 흐르는 물에서 핀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물이 흐른다는 것은 시간이 쉼 없이 지나간다는 것이고 꽃이 피는 것은 지금 내 앞에서 피는 것이다. 강물은 같은 곳을 두번 지나가지 않는다. 흘러간 강물에 대해선 마음에서도 흘려보내주는 것, 그것을 인정하고 지금 이 시간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꽃피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流'라는 뜻을 가슴에 담아본다.

바람마음 2022.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