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에서 문태준 언젠가 내가 이 자리에 두고 간 정류장 둥근 빗방울 속에 그득 괴어 있던 정류장 꽃피고 잎 지고 이틀 사흘 여름 겨울 내려서던 정류장 먼 데 가는 구름더미와 눈보라와 안개의 정류장 홀어머니 머리에 이고 있던 정류장 막버스가 통째로 싣고 간 정류장 - 문태준 산문집 에 수록된 시 * 정류장이라는 장소는 문태준 시인의 시 속에서 자주 등장한다. 그 시인에게는 깊이 각인된 장소로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는 참 쉽다. 그런데 저런 시를 막상 쓰려면 정말 쓰기 어렵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익숙한 시어지만 그 언어의 조합이 결코 익숙하지 않다. 뻔하지도 않다. 그러나 읽고나면 마음 한 쪽 자리에 눈물이 고이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읽을수록 좋은 시 자꾸 읽게 되는 시 정류장에 서있게 되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