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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별/사포

저녁별 사포 저녁별은 찬란한 아침이 여기저기에다 흩뜨려놓은 것을 모두 제 자리로 돌려보낸다. 양을 돌려보내고 염소를 돌려보내고 어린이를 그 어머니 손에 돌려보낸다 * 간결하면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하고 있는 시인가. 마지막 연, '어린이를 그 어머니 손에 돌려보낸다'는 이 문장은 제자리, 결국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삶과 죽음까지도 의미하고 있으니 그 의미망은 또 얼마나 큰 것인가.

!시 2022.11.28

김국진 TV 유튜브 거침없는 골프

요즘 즐겨 보는 유튜브가 바로 김국진의 '거침없는 골프'다. 난 골프를 칠 줄도 골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냥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왜 그럴까, 곰곰 생각해보았다. 지금까지 스포츠는 관전하는 스포츠였다. 축구 경기를 보고 골프 경기를 보고 탁구 경기를 보고... 그런데 이 프로는 김국진과 게스트, -물론 게스트들이 최고 수준의 골퍼들이다-가 골프를 치며 나누는 대화를 내가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리얼예능프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시끄럽고 작위적이고 웃음의 포인트를 잡아 편집하는 것과는 다른 처음부터 끝까지 골프에 대한 이야기다. 그 대화가 상대를 배려하고 겸손하게 응원해주는 말이어서 실수를 하면 뒷바람이 너무 셌죠?, 오른쪽을 의식했죠? 라든가 가끔씩 기가막히게..

바람마음 2022.11.26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 문태준

병원에 입원중이다. 세상이 좋아진 것은 병원에서도 택배로 필요한 물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세 권 주문했다. 《밤은 책이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김종삼 시선》 이번에 주문한 세 권의 책은 모두 마음에 든다. 사랑스러운 아가가 빨리 자라는 것이 아깝다는 기분이 드는 것처럼 아끼며 읽고 싶은 책이다. 요즘은 문태준 시인에게 빠져서 지낸다. 제주도로 거주를 옮겼고 그곳에서 귤농사와 카페를 하고 계시다고 한다. 제주도에 가면 꼭 그 카페에 들르리라 다짐한다. 처음부터 문태준 시인은 좋아했지만 지금 좋아하는 것은 그때와 다르다. 그 언어 하나 하나, 한글이 이토록 아름답고 서정적일 수가 있구나, 글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문장들을 손으로 쓰다듬게 된다. 문태준 시인의 글은 한 ..

2022.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