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픈 사람들을 가엾어 하노라 / 김영승 나는 아픈 사람들을 가엾어 하노라 김영승 저녁 등꽃 香 藤 줄기 사이로 저녁 하늘이 하늘의 빛이 조금 보이고 이 등꽃의 香은 香의 洗禮 같다 위에서 아래로 나의 전신을 전 영혼을 씻는다 아픈 아내여 일어나라, 등꽃 꽃잎이 뚝뚝 진다 -《시와시학》(2016년 봄호)중에서 * 아침, Josh Groban.. !시 2016.04.30
풀의 신경계/ 나희덕 풀의 신경계 나희덕 풀은 돋아난다 일구지 않은 흙이라면 어디든지 흙 위에 돋은 혓바늘처럼 흙의 피를 빨아들이는 솜뭉치처럼 날카롭게 때로는 부드럽게 흙과 물기가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풀의 신경계는 뻗어간다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풀은 풀과 흔들리고 풀은 풀을 업어 달리고 .. !시 2016.04.29
보고 싶은 오빠 / 김언희 보고 싶은 오빠 김언희 1 난 개하고 살아, 오빠, 터럭 한 올 없는 개, 저 번들번들한 개 하고 , 십 년도 넘었어, 난 저 개 가 신기해, 오빠, 지칠 줄 모르고 개가 되는 저 개가, 오빠, 지 칠 줄 모르고 내가 되는 나도 2 기억나, 오빠? 술만 마시면 라이터 불로 내 거웃을 태워 먹었던 거? 정말로 .. !시 2016.04.29
냉이꽃 / 송찬호 냉이꽃 송찬호 박카스 빈 병은 냉이꽃을 사랑하였다 신다가 버려진 슬리퍼 한 짝도 냉이꽃을 사랑하였다 금연으로 버림받은 담배 파이프도 그 낭만적 사랑을 냉이꽃 앞에 고백하였다 회색 늑대는 냉이꽃이 좋아 개종을 하였다 그래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긴 울음을 남기고 삼나무 .. !시 2016.04.28
싱고 / 신미나 싱고 신미나 십년 넘게 기르던 개가 돌아오지 않았을 때 나는 저무는 태양 속에 있었고 목이 마른 채로 한없는 길을 걸었다 그때부터 그 기분을 싱고, 라 불렀다 싱고는 맛도 냄새도 없지만 물이나 그림자는 아니다 싱고가 뿔 달린 고양이나 수염 난 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 있지만 .. !시 2016.04.12
내 척박한 가슴에 온 봄 / 김영승 내 척박한 가슴에 온 봄 김 영 승 우리 동네 향긋한 들길 걸으면 두엄냄새 상큼히 코끝 찌르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학동들 등에 멘 예쁜 가방 위에 쌓인 변두리 황토 흙먼지 과수원 나무 사이사이 쥐불은 검게 타고 목장 젖소들 음매음매 되새김질 하는데 작은 교회 지붕에 숟가락처럼 걸.. !시 2016.04.07
너무 오래된 이별 / 김경주 너무 오래된 이별 김경주 불 피운 흔적이 남아 있는 숲이 좋다 햇볕에 그을린 거미들 냄새가 부스러기 많은 풀이 좋다 화석은 인정이 많아 텅 빈 시간에만 나타난다 그 속에 누군가 잠시 피운 불은 수척하다 네가 두고 간 운동화 속에 심은 벤자민이 좋다 눈을 뜨면 나는 커다란 항아리로 .. !시 2016.04.07
어두워지는 순간 / 문태준 강진 내려가는 차 안에서... 어두워지는 순간 문태준 어두워지는 순간에는 사람도 있고 돌도 있고 풀도 있고 흙덩이도 있고 꽃도 있어서 다 기록할 수 없네 어두워지는 것은 바람이 불고 불어와서 문에 문구멍을 내는 것보다 더 오래여서 기록할 수 없네 어두워지는 것은 하늘에 누군가 .. !시 2016.04.05
새 그리고 햇빛 / 정희성 새 그리고 햇빛 정희성 바닷가에 서서 수평선을 보느니 물새 몇 마리 끼룩대며 날아간 어두운 하늘 저 끝에 붉은 해가 솟는다 이상도 해라 해가 해로 보이지 않고 구멍으로 보이느니 저 세상 어드메서 새들은 찬란한 빛무리가 되어 이승으로 돌아오는 것일까 참, 이상도 해라 왜 이 시를 .. !시 2016.03.31
가을밤 / 조용미 가을밤 조용미 마늘과 꿀을 유리병 속에 넣어 가두어두었다 두 해가 지나도록 깜박 잊었다 한 숟가락 뜨니 마늘도 꿀도 아니다 마늘이고 꿀이다 당신도 저렇게 오래 내 속에 갇혀 있었으니 형과 질이 변했겠다 마늘에 緣하고 꿀에 연하고 시간에 연하고 동그란 유리병에 둘러싸여 마늘꿀.. !시 2016.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