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553

꽃씨를 뿌리고

작년에 집 근처를 산책하면서 모아놓은 코스모스를 화분에 뿌렸다. 그리고 풍선초, 백일홍, 나팔꽃 씨도 심었다. 꽃씨를 심는 것은 미래의 행복을 미리 심어두는 일, 그처럼 확실한 미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이에는 기다림이라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기다린다는 것은 무얼까.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에서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기다림. 아아, 인간 생활에는 기뻐하고 화내고 슬퍼하고 미워하는 여러 감정이 있지만, 그래도 그런 건 인간 생활에서 겨우 1퍼센트를 차지할 뿐인 감정이고, 나머지 99퍼센트는 그저 기다리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요. -p119 꽃씨를 심은 일은 1퍼센트의 행복을 위해 99퍼센트를 기다리겠다는 다짐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기다리는 나날이 좋은 날을 위한 것이기에 기다리는 99퍼센트도 ..

단상 2022.03.09

2011년 중앙문학신인상 심사평 / 새로운 것과 다른 것

시인 지망생들은 '새로운 것'에대한 강박에 시달린다. 그런데 강박은 추진력이 되기 어렵다. 새로운 것보다 '다른 것'을 주목하라고 권하고 싶다. 새로운 것은 하나지만, 다른 것은 여럿이다. 새로운 것은 앞에만 있지만, 다른 것은 양 옆, 앞뒤, 위아래에 다 있을 수 있다. 새로운 것의 시야는 좁고, 다른 것의 시계는 넓다. 새로운 것이 미래와 연관된다면, 다른 것은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른다. 새로운 것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도 아니다. 새로운 시보다 다른 시가 더 좋을 수 있다. 다른 시가 더 새로울 수 있다. 본심 심사위원 =나희덕. 이문재(대표집필 이문재) * 꼭 시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난관에 봉착했을 때 뭔가 새로운 것이 없을까,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어쩌면 새로운 것을 찾는 ..

글서랍 2022.03.04

사랑이란, 삶을 선물하는 것이다.

사랑이란, 삶을 선물하는 것이다. 오늘 아침 고미속 선생님의 유튜브 강의를 들으며 가슴에 새긴 구절이다. 삶을 선물하는 사랑은 무엇일까.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을 살게끔 하는 것이라는 논어에 나오는 '愛之欲基生'이라는 말과도 통할 것이다. 나를 돌아본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사랑을 주었는가, 사랑하니까 상대에게 보탬이 된다면 내가 힘들더라도 참아내고 그것을 해주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런 사랑의 기저에는 나의 희생이 전제가 되어야 했지만 삶을 선물한다는 것은 보다 다른 차원이 아닐까. 좋은 에너지를 전달해주는 것, 긍정적인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일, 그런 것이 아닐까.

단상 2022.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