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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다

눈 내린다. 내가 좋아하는 언덕 위에도... 눈 맞는 언덕은 여전히 침묵하고 나는 저 침묵을 사랑한다. 보도블럭에 쌓인 눈을 쓸었다. 늦은 손님에게 음료를 내어드리며 마지막 손님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만 지금은 알 수가 없다. 첫 손님은 너무나 명확한데 마지막 손님은 불을 끄고 문을 잠그고나서야 알게 된다. 이렇게 지나고나야만 아는 것들이 있다.

바람마음 2021.01.06

과거 / 임승유

과거 임승유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내가 언덕을 오르고 있어서 언 덕은 내려갈 수 없었다. 고개를 숙일 수 없었다. 몰래 웃 을 수도 없었다. 어디 가서 몰래 웃고 오기라도 한 것처 럼 언덕을 오르면 언덕은 먼저 가서 언덕이 되어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 다. 기다리기 싫어서 먼저 안 간 어느 날 언덕이 사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눈앞이 캄캄한 적도 있지만 언덕을 보면서 언덕을 오르면 언덕은 어디 안 가고 거기 있었다. 한번 언덕이 되면 언덕은 멈출 수 없다. 가다가 멈춘 언덕이라면 언덕은 다 온 것이라고. 잠깐 딴 생각을 하다가 언덕을 잊어버린 언 덕처럼 앉아 있으면 네가 지나갔다. -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 ( 문학과지성사, 2020) * 창문으로 항상 언덕이 보이는 이곳, 하루 대부분을..

!시 2020.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