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이거나 Y / 유지소 y이거나 Y 유지소 나무란 나무는 모두 y이거나 Y; 일평생 새총을 만든다 떡잎부터 고목까지 나무는 나무로부터 새를 날려 버리기 위해 y이거나 Y; 새총 전문 제조가가 되었다 새는 나무의 도풀갱어; 이것은 나만 아는 사실 새는 나무의 육체로부터 유체 이탈한 나무의 영혼 ; 이것은 나무만 .. !시 2017.09.25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 시부문 당선작 - 수술 / 강지이 수술 강지이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을 조금만 벗어나면 매우 조용한 공간이 나타난다 먼지가 쌓여있는 침대 불이 들어오지 않는 복도 어떤 단어든 소리 내어 말해도 바람 소리에 묻혀 사라지는 저 침대에 누워 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누워서 누군가를 기다렸던 것 같다 침대에 누워 누군.. !시 2017.09.25
씻은 듯이 / 이상국 씻은 듯이 이상국 씻은 듯이, 이 얼마나 간절한 말인가 누이가 개울물에 무 밑동을 씻듯 봄날 천방둑에 옥양목을 빨아 널듯 혹은 밤새 열에 들뜨던 아이가 날이 밝자 언제 그랬냐는 듯 부르튼 입술로 어머니를 부르듯 아, 씻은듯이 얼마나 가고 싶은 곳인가 -《발견》 2017 여름호 '씻은 듯.. !시 2017.09.13
동화의 세계 / 이재훈 동화의 세계 이재훈 나무에 등을 기대고 있는 사내. 늘 땅을 딛고 서 있는 나무. 감상적인 게 죄가 되는 삶을 생각하지. 나무의 높이만큼 타오르는 물줄기. 화산이 폭발할 때처럼, 온 사위가 환한 봄날. 당신을 만났지. 당신이 내게 준 시큼한 절망들. 상스러운 말들이 줄지어 다니는 학교 .. !시 2017.09.10
소독차가 사라진 거리 / 김이강 소독차가 사라진 거리 김이강 방과 후에는 곤충채집을 나섰지만 잡히는 건 언제나 투명하고 힘없는 잠자리였다 우리는 강가에 모여 잠자리 날개를 하나씩 뜯어내며 투명해지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익사한 아이들의 몸처럼 커다란 투명 정환이네 아버지 몸처럼 노랗게 부풀어오르는 .. !시 2017.08.02
공터 / 최승호 공터 최승호 아마 무너뜨릴 없는 고요가 공토를 지배하는 왕일 것이다 빈 듯하면서도 공터는 늘 무엇인가로 가득 차 있다 공터에 자는 바람, 붐비는 바람, 때때로 바람은 솜털에 싸인 풀씨들을 던져 공터에 꽃을 피운다 그들의 늙고 시듦에 공터는 말이 없다 있는 흙을 베풀어주고 그들이.. !시 2017.08.02
정선을 떠나며 / 우대식 정선을 떠나며 우대식 파울첼란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었던가 아름다운 시절은 흩어져 여자 등에 반짝인다고 시선을 거둔다 운명이란 최종의 것 정선 강가에 밤이 오면 밤하늘에뜨는별 나에게 당신은 그러하다 성탄절의 새벽길 눈이 쌓이기 시작하면 기찻길 옆 제재소에서는 낮은 촉수.. !시 2017.08.01
신문 / 유종인 신문 유종인 활자들만 모른 체하면 신문은 이리저리 접히는 보자기, 나는 신문이 언론일 때보다 쓸쓸한 마른 보자기일 때가 좋다 그 신문지를 펼쳐놓고 일요일 오후가 그 누에 발톱을 툭툭 깎아 내놓을 때가 좋다 어느날 삼천 원 주고 산 춘란 몇 촉을 그 활자의 만조백관들 위에 펼쳐놓.. !시 2017.07.31
반성 608 / 김영승 반성 608 김영승 어릴 적의 어느 여름날 우연히 잡은 풍뎅이의 껍질엔 못으로 긁힌 듯한 깊은 상처의 아문 자국이 있었다 징그러워서 나는 그 풍뎅이를 놓아 주었다 나는 이제 만신창이가 된 인간 그리하여 主는 나를 놓아 주신다 -시집 『반성』중에서 / (민음사,1987) * 선생님의 시 중에서.. !시 2017.07.03
푸른 손의 처녀들 / 이이체 푸른 손의 처녀들 이이체 육체는 빛을 이해하기 위해 그림자를 드리운다 나는 직업이 죄인이다 누구보다도 죄를 잘 짓는다 하얀 기척 야생을 벗어나 죽어가는 늙은 이리처럼 나누어 줄 수 없는 것을 나누어 주고 싶을 때마다 느껴지는 초라한 참담이 있다 먼 이국을 고향에서 그리워하는.. !시 2017.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