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의 강 / 김영승 통곡의 강 김영승 꽃이 더는 피지 않는 계절이 나에게도 다시 오면 나는 나가리라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 하얀 서리가 반짝이는 강의 상류 그 모난 자갈이 있는 곳 계서 무릎을 끓고 찢어진 무릎에서 핏물이 흘러 그 강 하류를 물들일 때까지 감읍을 지나 통곡하리라 나는 죄인이올시다.. !시 2018.04.15
고인 하늘 / 김중일 고인 하늘 김중일 집 앞에 흰 고양이 한 마리가 죽어 있었다. 작은 상자를 가지고 오자 고양이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순간부터 어디선가 가늘게 가르랑거리며 우는 소리만 들렸다. 고양이는 어디론가 가고 없고 가쁜 숨소리만 메아리로 남았다. 숨소리를 찾아 수풀을 헤매다가 상자를 잃.. !시 2018.04.14
안녕 / 박진성 안녕 박진성 주치의 춘천으로 발령 나서 새 병원 찾아가는 길 잘못 나온 꽃잎 몇 개 안녕, 대기실 의자에 앉아 아까 본 목련 꽃잎을 자꾸만 바라보는데 간호사 하나가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거라 허만하 시집 갈피 사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모래알, 안녕, 이라고 애써 고개 파묻고 있었는.. !시 2018.03.21
月下獨酌 (월하독작) / 李白 月下獨酌 (월하독작) 李白 花間一壺酒 (화간일호주) 꽃 사이 놓인 한 동이 술을 獨酌無相親 (독작무상친) 친한 이 없이 혼자 마시네. 擧盃邀明月(거배요명월) 잔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고 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그림자를 대하니 셋이 되었구나. 月旣不解飮 (월기불해음) 달은 전부터 술 .. !시 2018.03.18
把酒問月(파주문월) / 李白 把酒問月(파주문월)-술잔을 잡고 달에게 묻다 李白(이백)- (701~762) 青天有月來幾時(청천유월래기시) : 푸른 하늘에 달이 있어 얼마나 되었는가 我今停杯一問之(아금정배일문지) : 나 술잔을 멈추고 한번 물어 보노라 人攀明月不可得(인반명월불가득) : 사람이 밝은 달을 기어오를 수는 없.. !시 2018.03.18
사미인(思美人) /굴원(屈原) 사미인(思美人) 굴원(屈原) 思美人兮(사미인혜) : 아름다운 님을 그리다 擥涕而佇貽(람체이저이) : 눈물을 훔치고서 홀로서서 멀리바라보네. 媒絶路阻兮(매절로조혜) : 중매도 끊어지고 길도 막히고 言不可結而詒(언불가결이이) : 글로 적어서 줄 수가 없도다. 蹇蹇之煩冤(건건지번원) : 이.. !시 2018.03.18
병원 / 윤동주 병원 윤동주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젊은 여자가 흰 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 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 !시 2018.02.19
사랑이 나가다 / 이문재 사랑이 나가다 - 손 이야기 이문재 손가락이 떨리고 있다 손을 잡았다 놓친 손 빈손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랑이 나간 것이다 조금 전까지는 어제였는데 내일로 넘어가버렸다 사랑을 놓친 손은 갑자기 잡을 것이 없어졌다 하나의 손잡이가 사라지자 방 안의 모든 손잡이들이 아득해.. !시 2018.02.09
발화 / 신동혁 발화 신동혁 식탁보에 꽃이 수놓아져 있다 바람이 불면 나는 가시넝쿨을 뒤집어쓴다 창밖이 보이지 않아 벽을 기어오를 때 빈 접시들을 떨어뜨리고 나의 두 팔을 길게 떨어뜨릴 때 식탁보는 돌아오는 것이다 이미 불타버린 채 내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다 지내는 동안 어디선가 무섭게 꽃.. !시 2018.02.08
어머니 / 박형준 아마릴리스 어머니 박형준 낮에 나온 반달, 나를 업고 피투성이 자갈길을 건너온 뭉툭하고 둥근 발톱이 혼자 사는 변두리 아파트 창가에 걸려 있다 하얗게 시간이 째깍째깍 흘러나가버린, 낮에 잘못 나온 반달이여 * 아마릴리스는 어머니가 키웠던 꽃 중의 하나여서 해마다 이 꽃이 피면 .. !시 2018.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