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지옥 / 유하 낮달맞이 꽃 사랑의 지옥 - 序詩 유하 정신없이 호박꽃 속으로 들어간 꿀벌 한 마리 나는 짓궂게 호박꽃을 오므려 입구를 닫아 버린다 꿀의 주막이 금세 환멸의 지옥으로 뒤바뀌었는가 노란 꽃잎의 진동이 그 잉잉거림이 내 손끝을 타고 올라와 가슴을 친다 그대여, 내 사랑이란 그런 것.. !시 2016.06.22
이제 장마가... 얼마전 텔레비젼에서 상영해준 "이제 만나러 갑니다" 일본 영화를 보았다. 사실 그 영화는 전에도 보았고 DVD로도 소장하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같은 영화,같은 책, 같은 음악이래도 매번 다르게 느껴지는 것처럼 이번 영화를 볼 때도 그랬다. 오늘 밤 그 영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마.. 바람마음 2016.06.16
본다고 하는 것이, 이토록 살아 있는 자의 권리의 증명이며, 잔혹함의 표시일 수... 한편, 어머니와 단가 사람들은 나와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 대면이 암시하는, 살아 있는 자들이 속한 세계의 유추를, 나의 완고한 마음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면이 아니라, 다는 단지 죽은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시체는 다만 보여지고 있었다. 나.. !글 2016.06.09
때로는... 때로는 어떤 진지함이나 무거움에 대해 모른척 지나갈 때가 있다. 아는척 하는 순간, 그것은 정말 진지하고도 무거운 일로 얼굴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모른척'이 무시라는 말로 해석되지 않을까 마음이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 취.. 바람마음 2016.06.09
호주 / 백상웅 호주 백상웅 그날 우리는 여섯과 서른 하나였는데 요즘은 서른 둘과 쉰 일곱. 첫 이사를 하던 봄날도 말이 없었는데 우린 지금도 말이 없다. 시간 가도 나이가 좁혀지지 않는 아버지와 내가 그렇다는 거다. 그날 경운기 타고 꽃잎 터지는 속도로 윗마을에서 아랫마을로. 가족을 태우고 모.. !시 2016.06.09
비의 나라/ 황인찬 비의 나라 황인찬 마른 그릇들이 부엌에 가지런히 놓여 있을 것이다 찬장에는 말린 식재료가 담겨 있을 것이다 식탁에는 평화롭게 잠든 여자가 있을 것이다 " 상황이 좀 나아지면 깨워 주세요" 그렇게 적힌 쪽지가 있을 것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너는 이 모든 것이 옛날 일처럼 여겨질 것.. !시 2016.06.04
통증... 남편에게서 아침 전화가 왔다. 비가 온다고, 거기는 비가 오지 않느냐고. 흐린 날씨다. 아마 저녁이면 여기도 비가 내릴까. 올봄에는 몸의 컨디션이 계속 좋지 않다. 조금씩 나아지기는 하지만 하루라도 아프지 않은 날이 없는 것 같다. 나에게 아무데도 아프지 않던 날이 있었던 것이 꿈.. 글서랍 2016.06.04
있다 / 진은영 있다 진은영 창백한 달빛에 네가 나의 여윈 팔과 다리를 만져보고 있다 밤이 목초 향기의 커튼을 살짝 들치고 엿보고 있다 달빛 아래 추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빨간 손전등 두개의 빛이 가위처럼 회청색 하늘을 자르고 있다 창 전면에 롤스크린이 쳐진 정오의 방처럼 책의 몇 줄이 환해질 .. !시 2016.06.02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4번 2악장 / '나 그대만 생각해, 내 사랑(Io Ti penso Amoro)' 나 그대만 생각해, 내 사랑 나 그대만 생각해,내사랑 넘실대는 바닷물에 태양빛이 눈부실 때 나 그대만 생각해,내사랑 고요한 호숫가에 달빛이 은은할 때 오,내 사랑 길 먼지만 일어도 그대 모습 아른거려 길가는 저 나그네 혹시 그대는 아닐까 깊은 어둠이 깔리고 적막한 밤이 되어도 나 .. 音 2016.05.28
은은하다, 은근하다 은은하다: 은근하다 은은한 것들은 향기가 있고, 은근한 것들은 힘이 있다. 은은함에는 아련함이 있고, 은근함에는 아둔함이 있다. 은은한 것들이 지닌 아련함은 그 과정을 음미하게 하며, 은근한 것들이 지닌 아둔함은 그 결론을 신뢰하게 한다. 은은한 사람은 과정을 아름답게 엮어가며.. !글 201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