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랜 기다림 / 유하, 아무르 강가에서 / 박정대
너무 오랜 기다림 유하 강가에 앉아 그리움이 저물도록 그대를 기다렸네 그리움이 마침내 강물과 몸을 바꿀 때까지도 난 움직일 수 없었네 바람 한 톨, 잎새 하나에도 주술이 깃들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은 모두 그대의 얼굴을 하고 있었네 매 순간 반딧불 같은 죽음이 오고 멎을 듯한 마음이 지나갔네, 기다림 그 별빛처럼 버려지는 고통에 눈멀어 나 그대를 기다렸네 세상의 모든 저녁 ( 민음사 2007) 아무르 강가에서 박 정대 그대 떠난 강가에서 나 노을처럼 한참을 저물었습니다.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낮이 밤으로 몸 바꾸는 그 아득한 시간의 경계를 유목민처럼 오래 서성거렸습니다 그리움의 국경 그 허수한 말뚝을 넘어 반성도 없이 민가의 불빛들 또 함부로 일렁이며 돋아나고 발 밑으로는 어둠이..